[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라미네이터에서 공정을 마친 커다란 유리 모듈이 공장 바닥에 설치된 레일 위를 천천히 움직였다. 한쪽에서는 작업자들이 모듈 표면에 남은 오염을 닦아내고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가장자리를 다듬고 정션박스를 부착하는 손길이 분주하게 이어졌다.
후공정을 마친 모듈은 다시 레일을 타고 출력검사와 EL검사 장비 앞으로 향했다. 글라스 로딩부터 라미네이션, 클리닝, 정션박스 부착, 성능검사까지 공정 대부분이 하나의 물류라인으로 연결돼 있었다. 작업자는 모듈을 직접 들어 나르는 대신 레일 위에서 가볍게 밀어 다음 공정으로 이동시켰다.

대전 유성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둔곡지구에 위치한 에스지에너지 신공장 전경 [사진=에스지에너지]
국내 대표 건물일체형태양광(BIPV) 전문기업 에스지에너지가 최근 생산공장을 확장 이전했다. 본격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BIPV 시장에 대응해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생산능력과 제조 효율, 품질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2019년 설립된 에스지에너지는 컬러·디자인 BIPV 모듈을 중심으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이어오고 있는 기업이다. 기존 공장에서도 꾸준히 생산물량을 확대해왔지만, 2025년부터 ZEB(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가 민간건축물로 확대되면서 향후 수요 증가에 대비한 제조 기반 확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기존 공장의 공간과 생산동선만으로는 향후 물량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대전 유성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둔곡지구에 새로운 생산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에스지에너지는 공장 이전과 함께 설비를 증설하고 공정 전반을 재구성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에스지에너지는 공장 이전과 함께 설비를 증설하고 공정 전반을 재구성했다. 기존 3대였던 라미네이터는 6대로 늘렸다. 이를 기반으로 월 3MW, 연간 약 30MW 규모의 BIPV 모듈 생산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생산량만 늘린 것은 아니다. 맞춤형 제품은 수작업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고, 규격화가 가능한 제품은 자동화 설비로 생산하는 ‘투트랙’ 체계를 도입했다. 건축물마다 크기와 색상, 형태가 달라 완전 자동화가 어려운 BIPV의 특성은 유지하면서도, 반복 생산이 가능한 제품은 자동화를 통해 수율과 가격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에스지에너지 이진섭 대표는 “현재 물량만 놓고 보면 공장 이전이 당장 시급했던 것은 아니다”며, “시장이 확대되고 물량이 몰린 뒤 생산설비를 구축해서는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발주처가 제조능력과 공급 안정성을 중요하게 보는 만큼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전에 생산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공장 3층에 위치한 원재료준비실과 태빙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3층에서 1층까지… 거대해지고 정교해진 ‘BIPV 생산라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장 먼저 신공장 3층으로 향했다. 원재료준비실에는 BIPV 모듈 생산에 사용될 유리와 셀, 봉지재 등 각종 자재가 정리돼 있었다. 옆 태빙실에서는 제품 사양에 맞춰 태양전지 셀을 연결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 층 아래에 위치한 제2공장은 맞춤형 BIPV 모듈을 생산하는 수작업 중심의 라인으로 구성됐다. 건축물마다 다른 크기와 색상, 형태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공간이다. 라미네이터와 후공정 설비를 잇는 물류 레일도 이곳에 구축됐다.
마지막으로 찾은 1층의 제1공장에서는 규격 제품 생산을 위한 자동화 라인이 구축되고 있었다. 맞춤형 제품은 2층 수작업 라인에서 생산하고, 일정한 크기와 사양으로 반복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은 1층 자동화 라인에서 대응하는 구조다.
이 대표는 “BIPV는 다품종 소량생산 특성상 모든 공정을 자동화하기 어렵다”며, “맞춤형 제품은 수작업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고, 규격화된 제품은 자동화해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공장 2층의 제2공장 [사진=인더스트리뉴스]
60kg 모듈도 레일 위로… 작업환경·공급 안정성도 개선
에스지에너지의 신공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생산설비보다 바닥을 따라 길게 이어진 물류 레일이었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공정이 바뀔 때마다 제품을 직접 들어 옮겨야 했지만, 주요 공정을 레일로 연결하면서 작업자는 제품을 들어 나르는 대신 레일 위에서 밀어 다음 공정으로 이동시키는 모습이었다.

공장 내부를 가로지르는 물류 레일의 모습 [사진=인더스트리뉴스]
BIPV 모듈은 대부분 두꺼운 건축용 유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태양광 모듈보다 무겁다. 1㎡ 기준 G/T 제품은 약 15kg, G/G 제품은 약 30kg이며, 2㎡ 규모의 G/G 제품은 무게가 60kg에 육박한다.
이처럼 무거운 제품을 반복적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업자의 피로도는 생산수율과 제품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에스지에너지가 모든 공정에 이동형 물류 레일을 구축한 이유다.
이 대표는 “기존에는 작업자들이 무거운 유리와 모듈을 계속 들었다 놨다 해야 했다”며, “이동 과정에서 제품이 부딪히거나 파손되는 경우도 있었고, 작업자들의 피로도도 상당히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이전을 준비하면서 전·후공정에 레일을 설치해 제품을 직접 들어 옮기는 작업을 최대한 없앴다”며, “작업 안전과 생산효율, 제품 파손 방지를 함께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에스지에너지는 모든 공정에 이동형 물류 레일을 구축해 생산수율과 제품 안정성을 높였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https://cdn.industrynews.co.kr/news/photo/202608/84118_103997_3155.jpg)
에스지에너지는 모든 공정에 이동형 물류 레일을 구축해 생산수율과 제품 안정성을 높였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공급 안정성도 신공장 설계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에스지에너지는 기존보다 제조시설 면적을 약 4배 확대하고, 생산설비 확충에 약 20억원을 투입했다. 특정 장비에 이상이 발생하더라도 생산이 중단되지 않도록 주요 공정에는 백업 설비도 마련했다. 생산량 확대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납기 대응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작업자가 높이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물류 레일을 이용해 BIPV 모듈 생산 작업을 진행 중인 모습 [사진=인더스트리뉴스]
1층 자동화 라인에 적용된 오토 세팅 머신은 글라스 로딩과 스트링 로딩, 버스바 리본 솔더링 공정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에스지에너지는 규격 제품과 MBB 태양전지 적용 제품을 중심으로 자동화 비중을 높여 대상 제품의 투입 인력을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생산수율과 원가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품질관리 역량도 함께 강화했다. 신규 측정설비와 품질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품질 전문인력을 보강해 생산량이 늘어나더라도 제품별 편차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공장 내부의 물류·출하 공간도 확대해 납기 대응력을 높였다.

신공장 4층의 구내식당. 쾌적한 식사공간 등 직원 복지를 고려한 시설 구성이 돋보인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이진섭 대표는 “당사는 현재까지 1,020개소에 누적 20.4MW 규모의 BIPV 모듈을 공급했다”며, “올해는 1,200개소 납품과 누적 생산용량 25MW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2027년부터는 연간 10MW 이상의 실제 생산물량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공장을 둘러보는 동안 곳곳에서는 신규 설비의 설치와 조정작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모든 설비가 완전히 가동된 것은 아니었지만, 맞춤형 제품에 대응하는 수작업 라인과 규격 제품을 위한 자동화 라인은 이미 뚜렷한 역할을 갖추고 있었다.
![신공장 옆 건물에 마련된 BIPV 모듈 프레임 제작공간. 제품 규격에 맞춘 프레임 가공·조립 작업이 이곳에서 진행된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br>](https://cdn.industrynews.co.kr/news/photo/202608/84118_104000_3627.jpg)
신공장 옆 건물에 마련된 BIPV 모듈 프레임 제작공간. 제품 규격에 맞춘 프레임 가공·조립 작업이 이곳에서 진행된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에스지에너지가 이번 이전을 통해 확대한 것은 공장의 크기만이 아니었다. 생산량과 수율, 작업환경, 품질관리, 납기 대응력을 하나의 제조체계 안에 담으며 본격적인 BIPV 시장 확대에 대응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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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Interview | 에스지에너지 이진섭 대표
A. 기존 공장은 생산량 증가와 설비 확장에 한계가 있었고, 물류 효율과 작업환경 개선의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고객사의 요구사항이 다양해지고 생산 품질과 납기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생산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생산능력 확대와 공정 최적화, 미래 성장 기반 확보를 목표로 공장 이전을 결정했다. 새로운 공장은 최신 생산설비 도입과 작업동선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품질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안전한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 Q. 제1공장 자동화 설비 도입을 통해 어떤 변화를 기대하나? A. 제2공장은 비규격 맞춤형 제품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매뉴얼 라인으로 확대했고, 제1공장에는 오토 세팅 머신을 도입했다. 규격 제품과 MBB 태양전지 적용 제품의 생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오토 세팅 머신은 글라스 로딩과 스트링 로딩, 버스바 리본 솔더링 공정을 자동으로 진행한다. 대상 제품의 생산인력을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 생산수율 향상과 원가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Q. 공장 이전을 계기로 제품군이나 사업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있나? A. 새롭게 구축한 생산환경을 기반으로 기존 주력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시장 변화와 고객 수요에 맞춘 신규 제품 개발도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 효율성과 품질 경쟁력이 높아진 만큼, 기존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와 고객 맞춤형 제품 비중을 늘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자 한다. BIPV 모듈은 제품군과 사양이 매우 다양하기에 생산라인별로 대응 품목을 구분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했다. 이번 공장 이전을 생산능력 확대에 그치지 않고 신규 시장과 고객을 확보하는 기반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Q. 지난해부터 ZEB 의무화가 민간건축물까지 확대됐다. 실제 시장의 반응은? A. ZEB 의무화 이전에는 주당 4~5개 현장 정도의 설계 대응을 진행했지만, 의무화 이후에는 주당 40~50개 현장으로 크게 늘었다. 현재 진행되는 설계가 실제 공사와 발주로 이어지면 2028년 이후 BIPV 모듈 제조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장이 성장하는 시점과 규모에 대해서는 제조사마다 판단이 다르다. 그만큼 생산라인 증설과 투자 시점도 BIPV 제조기업들의 중요한 고민이 되고 있다. 이번 공장 이전은 단순한 장소 변경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다.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바탕으로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Q. 이번 이전이 에스지에너지의 중장기 전략에서 갖는 의미는? 현재의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인 선택이 아니라, 미래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성장 전략의 출발점이다. 이번 이전을 통해 생산능력과 공급 안정성을 높이고, 자동화와 스마트 제조 기반을 확대함으로써 생산성과 원가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는 대전공장을 핵심 생산거점으로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구축하고, BIPV 시장 성장과 물량 확대에 맞춰 추가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확대된 제조 기반을 바탕으로 국내 BIPV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 |
출처 : 인더스트리뉴스(https://www.industrynews.co.kr)
[르포] 레일 위를 흐르는 태양광 모듈… 에스지에너지 BIPV 신공장에 가다 < 이슈·트렌드 < ESG·RE100·재생에너지 < 산업 < 기사본문 - 인더스트리뉴스